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6)
Cinderella Man (2005) - 사랑은 밥벌이다 -아일랜드계 미국청년 제임스 브래독(러셀 크로우)은 라이트헤비급 권투선수다. 1928년부터 약 5년간 승승장구하던 그는 결국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린다. 손뼈가 으스러져 권투를 접어야 하는 시점에, 그에게는 대공황의 춥고 배고픈 시절이 닥쳐온다. 그 시절의 많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처럼, 그가 투자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그는 부두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아픈 막내 아기를 친척집에 맡겨 두고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집의 집세를 벌려고 동분서주하던 그는, 구겨진 자존심을 무릅쓰고 권투 프로모터들이 모인 술집에 들어가 예전의 안면을 팔아 푼돈을 구걸하기도 한다.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레 취소된 시합에 그는 대타로 기용되어 랭킹 2위의 선수와 맞붙게 된다. 모두..
봄날은 간다 (2001) - 사랑은 변한다 -좋은 영화에도 결점은 있다. 뒤집어 말하면, 흠이 없다는 점이 반드시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조건은 아니라는 뜻도 되겠다. 설사 그렇더라도, 흠 잡을 데가 없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허진호 감독의 는 보기 드물게 흠잡을 데를 찾기 어려운 영화다.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 상우(유지태)의 직업은 이런저런 소리를 녹음하는 이른바 ‘사운드 엔지니어’다. 상우가 모시고 사는 할머니는 날마다 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오래 전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마중하러 역에 가야겠다고 넋두리를 하신다. 강릉방송국의 라디오 프로듀서인 은수(이영애)는 겨울을 맞아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서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업무상 처음으로 만난 상우와 은수는 강원도 이곳저곳을 ..
As Good As It Gets (1997) -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잭 니콜슨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비열하고 건방지고 무례하다. 그런데도 그는 오랜 세월동안 섹시한 남자 배우로 군림해 왔다. 이상한 조합이다. 나 등의 영화에서 니콜슨은 자신의 섹시함을 한껏 과시하기도 했다. 50세가 되던 해에도 에 악마로 등장해서 젊은 세 여인을 농락하는 역할을 능글맞게 해냈다. 비록 그의 개성을 하나씩 분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지만, 비열하고 무례하기 때문에 그가 섹시해 보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섹시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은, 그만이 누릴 줄 아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여유로움이 아니었을까.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처럼, 잭 니콜슨은 무리에 속하지 않는 것 같은 여유만만한 태도가 잘 어울린다. 그런 자신만만함의 근거는 그의 거대한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 사랑은 타이밍이다 - 가령 애인이 유학을 떠난다든지 하여, 본의아니게 양의 동서로 헤어져 지내게 된 커플을 일컬어 "롱디 커플"이라고들 부른다. 장거리(Long Distance)를 요즘 식으로 줄여 부르는 말이다. 김혜림이라는 여자 가수가 시내 직통전화를 일컫는 디디디(DDD)를 통해 연애하는 연인의 심정을 노래하면서 "더이상 이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요, 마지막 동전 하나 손 끝에서 떠나면, 디디디 - 혼자서 너무나 외로워"라고 노래하던 게 불과 10년전인 1989년이다.연인들에게는 디디디 시외전화의 거리도 너무 먼 법이거늘, 지구촌이 좁아지다 보니 연인들이 겪어내야 하는 물리적인 거리는 자꾸만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후배들과 대화를 해봤더니, '롱디' 커플은 오래 못가는 게 상식이란다. 편지란 ..
Love Story (1970) - 사랑은 미안함이다 - 꽃이 진다. 화사함을 뽐내던 꽃이 떨어지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한 철 피었다가 져버리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꽃으로부터 별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벛꽃이 피는 곳에 사람들이 그리도 몰려가는 이유는 벛꽃이 유난히 짧게 피었다가 스러지기 때문이 아니던가.사랑도 그러하다. 이루어진 사랑을 찬미하는 노래나 시를 보신 일이 있는가? 짧고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들은 자기 주인공들을 폐병으로, 교통사고로, 또는 자살로 내몰곤 한다. 연인이 약물을 이용해서 가사상태에 빠진 줄 미처 모르고 음독자살의 길을 택해버리는 무대 위 로미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이루지 못한 사진의 옛사랑을 추억하며 신음한다...
Casa Blanca (1942) - 사랑은 가질 수 없는 선택이다 -사내는 냉소적이고 강인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낭만주의자라는 점을 그의 전력이 드러낸다. 그는 미국인이지만 왕년에는 이디오피아 독립전쟁과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그리스 독립전쟁에 참전하려던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나,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가 그러했듯, 젊은 날의 그의 가슴 속에는 정의감이라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 그는 독일 치하의 프랑스 괴뢰정부인 비시 정부가 통치하고 있는 모로코의 도시 카사블랑카에 산다. 그의 직업은 술집 주인이다.카사블랑카는 독일의 압제를 피해 도망온 수많은 유럽인들이 체류하면서 미국으로 갈 기회를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곳.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Rick's Cafe"라는 나이트 클럽..
Revolutionary Road(2008) -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만 아름답다 - 이루어진 사랑, 결실을 맺은 연애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읊어대는 노래나 시를 보신 일이 있으신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긴 사연과 후일담은 옛날부터 무수히 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왔다. 시, 소설, 가요, 오페라, 연극, 영화.... 예를 굳이 나열하기가 난감할 정도다. 하지만 두 연인이 결합한 지점부터 시작하는 얘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루어진 사랑은 사람의 가슴을 덩덩 울리는 힘이 없는 걸까? 아니면, 연인의 결합이 인생의 찬란한 클라이막스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는 내리막 밖에 없기 때문인 걸까?나는 누군가를 만나면 "지금껏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게 뭐였나요?"라는 질문을 즐겨 한다. 거기에 대한 대답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단골로 고르는 ..
色․戒 (Lust Caution) (2007) - 사랑은 배신이다- 는 대만 출신 이안 감독에게 두 번째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영화다. 그의 첫 황금사자상 수상작은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함께 받았던 이었다. 그는 영미 영화계에 입성한 동양계 감독의 선두주자로서 를 통해 호평을 받은 이후 같은 화제작은 물론 같은 오락물도 열심히 만들어내고 있다.영화 는 신인 여배우 탕웨이를 일약 스타덤에 올렸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양조위(토니 룽)의 인상적인 호연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는 분명치 않다. 는 군국주의와 첩보활동, 암살기도, 가학적 사랑, 배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작가의 뚜렷한 주의주장을 담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그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이 ..
Romeo and Juliet (1968) - 사랑은 본능이다 - 꽃은 식물의 성기(性器)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여 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성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드러내고 자랑한다. 바바리맨들 같다고나 할까. 나도 안다. 그리 아름답지도, 적절하지도 않은 비유라는 걸. 하지만 꽃을 이런 시각으로 (게슴츠레하게) 바라보노라면, 꽃이라는 사물을 안개처럼 덮고 있던 온갖 선입견과 은유와 신화가 걷히는 것도 같다. 생물학적 진실이 오롯이 보인다는 얘기다.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생물학적 근원도 꽃의 정체처럼 당황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단백질 덩어리들이 자기복제 능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어떤 세포들은 고집스럽게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길을 택했지만, 다른 세포들은 감수분열을 통해 유성생식을 하게 되었다. 유성생식이 자연선택에 크게 유리했으므로, ..
Wings of Desire (베를린 천사의 시) (1987) - 사랑은 저세상도 하직할 수 있게 만든다 - 독일의 예술감독 빔 벤더스가 만든 이 영화의 원제는 , 그러니까 ‘베를린의 하늘’이라는 뜻이다. 벤더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라는 우리말 제목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이 영화의 시적인 대사들은 우리에게 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헌트케가 썼다.예술감독의 작품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독일에서 약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빔 벤더스는 1982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라든지, 1984년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등 난해하고 지루한 영화도 만들긴 했다. 그러나 는 1998년 니콜라스 케이지와 멕 라이언 주연의 라는 할리우드 멜로..